본문 바로가기

경제 · 시사

오라 IPO 연기, 150억 달러 상장이 며칠 만에 멈춘 배경

▲ 표지 사진: Kyu3a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상장 서류까지 냈는데 일주일 만에 접는다고?" 스마트링으로 알려진 오라(Oura) 소식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 이거였습니다. 기업가치 150억 달러짜리 나스닥 상장 계획이 발표 며칠 만에 연기됐습니다.

미국 공모주에 관심이 있거나 요즘 금리 흐름이 신경 쓰이는 분이라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뉴스입니다. 회사가 직접 IPO(기업공개, 주식을 처음 증시에 내놓는 것)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에, 미국 공모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힌트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오라 IPO, 무엇이 연기됐나

오라는 불과 일주일 남짓 전에 상장 관련 공식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최대 22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을 미루겠다고 밝혔고, 언제 다시 추진할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 오라가 준비했던 상장 조건 (자료: BBC)

CEO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

톰 헤일 최고경영자는 IPO가 회사가 가는 길의 한 단계일 뿐이라며, 시점을 고를 여유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시점을 스스로 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실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상장을 미뤘다고 하면 실적이 걱정되는데, 숫자를 보면 오히려 성장 중이었습니다. 2025년 9월 30일에 끝난 직전 회계연도에 오라는 매출 9억 780만 달러, 세전이익(법인세를 내기 전 이익) 2,350만 달러를 냈습니다.

▲ 오라 연간 세전이익 (자료: BBC)

그 전 해 세전이익이 620만 달러였으니 1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올해 6월 말까지 9개월 동안에는 매출 12억 달러, 세전이익 7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9개월 매출이 이미 직전 연간 매출을 넘어선 겁니다.

회사는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고 실적도 나쁘지 않았으니, 적어도 실적 부진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IPO 시장 분위기

왜 이런 타이밍에 멈췄을까요? 상장을 미룬 곳이 오라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힌트가 보입니다.

이달 초 홀텍도 상장 연기

이달 초에는 미국 원자력 기술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이 상장을 미뤘습니다. 홀텍은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신규 공모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 에너지 비용 상승
  • 군사 충돌
  • 세계 무역 갈등
  • 물가 우려와 그에 따른 미국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 10년물 금리, 2007년 이후 최고

이번 주에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머저마켓의 주식 자본시장 부문 글로벌 책임자 새뮤얼 커는 불과 몇 주 전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IPO 시장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 대목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새로 상장하는 성장 기업에 후한 값을 매기기 어려워지는데, 희망 공모가를 지키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본 것 아닐까 싶습니다.

▲ 사진: ajay_suresh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오라는 어떤 회사인가

오라는 2013년 핀란드에서 설립됐고 글로벌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습니다. 가격이 300달러 이상인 스마트링을 만드는데, 반지가 심박과 수면 패턴 같은 정보를 측정하고 앱에서 분석해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수면 측정 집단소송도 진행 중

8월에는 클락슨 로펌이 오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습니다. 반지가 수면을 정확히 추적한다는 광고가 허위라는 주장이고, 수면은 손가락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오라 측은 자사의 과학과 연구, 정확성 주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입니다. 심박수, 심박 변이도, 움직임, 호흡 패턴, 체온 등 여러 생체 신호로 수면 단계를 추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장 연기는 소송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체크해 볼 부분

오라가 언제 다시 상장을 추진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장 분위기가 풀리느냐가 관건인데요, 저는 미국 10년물 금리 흐름, 그리고 다른 기업들이 상장을 계속 미루는지 정도만 체크해 보려고요.

실적이 나쁘지 않은 회사도 상장을 미루고 있는 만큼, 이후 공모 일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