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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시사

게르시코비치 기자, 러시아 16개월 수감의 시작은 식당이었다

▲ 표지 사진: Vyacheslav Argenberg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외국 기자가 간첩으로 몰리면 실제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인터뷰가 나와서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모스크바 특파원이었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영국 공영방송 BBC 라디오4의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러시아에서 체포되던 순간을 직접 털어놓았습니다.

기자가 간첩 혐의로 잡혀갔다가 풀려났다는 정도로만 기억하는 분이 많을 텐데요. 본인 설명에 따르면 이 사건은 처음부터 자신을 인질로 삼기 위해 꾸며진 일이었다고 합니다. 해외에 나가 일하거나 머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둘 만한 이야기라서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게르시코비치는 누구인가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2017년부터 러시아에 살았고, 체포 당시에는 WSJ의 모스크바 주재 외신 기자였습니다. 지금은 34세이고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측은 그에게 간첩 혐의를 씌웠고 징역 16년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6개월 만에 풀려났습니다. 본인과 WSJ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혐의가 거짓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게르시코비치 사건 한눈에 보기 (자료: BBC)

2023년 예카테린부르크의 식당에서 벌어진 일

체포된 날 그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1,600km 떨어진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 있었습니다. 기사 취재원이라고 생각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대화 도중 복면을 쓴 무리가 식당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이 건넨 어색한 한마디는 뜻밖에도 몸을 그 자리에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 사진: Ludvig14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두 사람이 일어서자 러시아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그에게 체포를 통보했습니다. 그는 FSB가 나섰다는 건 미리 계획된 일이라는 뜻이어서, 그 순간 사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있던 취재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게르시코비치는 그 남성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그는 이 만남 자체가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심문도 고문도 없었던 게 오히려 신호였다

체포 직후 그가 이상하게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심문도 고문도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BBC에 따르면 심문과 고문은 러시아 보안기관이 간첩을 다룰 때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그런 대우가 없었다는 건 자신이 진짜 적이 아니라 거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안도감이 밀려왔다고 합니다. 사건을 꾸며 자신을 더 큰 판의 협상용 인질로 쓰려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간은 걸려도 12~20년씩 갇혀 있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상대의 계산을 읽으려 한 것이 버티는 힘이 됐다는 점에서요.

소란까지 계산했다고 보는 이유

이런 판단은 수감 생활 내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됐는데, 그중 하나가 수감자 교환이었습니다.

그는 WSJ 외신 기자가 잡혀간 만큼 전 세계가 크게 들썩일 거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세계 여러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했고,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그의 얼굴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게르시코비치는 이 모든 소란까지 모스크바의 계획이었다고 봅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수감자를 확보해 두었다가 자국 인물과 맞바꾸려 했다는 것이고, BBC는 그 대상으로 독일에서 종신형을 살던 암살범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는 무엇을 얻었나

그는 러시아가 이 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냉소적으로 보면 모스크바가 아주 영리하게 움직였다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제 눈에는 러시아가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레포르토보 감옥에서의 16개월

그가 갇혀 있던 곳은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감옥입니다. 정치범 같은 굵직한 수감자들이 거쳐 간 악명 높은 시설입니다. BBC는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대규모 정치 탄압) 시기에는 고문과 처형이 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지낸 시간을 몹시 고립된 경험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환경이 정신적으로 사람을 갉아먹는다고 말하면서도, 잠은 잘 수 있었다며 대우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심문·고문이 없었다는 앞의 이야기와 함께 보면, 스스로를 인질로 여긴 그의 판단과 결이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사건에서 짚어 볼 점

  • 체포 장소: 모스크바에서 약 1,600km 떨어진 예카테린부르크의 식당
  • 체포 주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 선고와 실제 수감: 징역 16년 선고, 16개월 뒤 석방
  • 본인 예상: 수감자 교환 (독일에서 종신형을 살던 암살범과 맞바꾸려 했다고 봄)
  • 본인 해석: 진짜 간첩이 아니라 협상용 인질로 취급됐다고 판단

제 기준에서는 이번 인터뷰가 자신이 협상 카드로 쓰였다고 보는 당사자의 시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드문 기록으로 보입니다. 해외 체류나 출장이 잦은 분이라면 현지 취재원이나 낯선 만남을 대할 때 이런 사례를 한 번쯤 떠올려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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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